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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-8 2025 년 3 월 28 일- 2025 년 4 월 3 일 미국 사회 / 특별기획

미국 남부 정신의 본향 조지아

미국은 50 개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다. 미국 각 주는 크기와 규모, 경제력, 인구 등에 있어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곳들이 많다.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50 개주의 면면 들을 주별로 소개해 본다.
GA
8 델라웨어 9 플로리다 10 조지아 11 하와이 12 아이다호
< 10 > 조지아
< 김용일 기자 > 미국 동부의 95 번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는 플로리다 최남단에서 북동부 끝 메인주 에 이르는 약 3,100km 길이의 동부 종단고 속도로다. 이 95 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부 조지아주 경계에 도달하면‘ Welcome to Georgia On My Mind’ 라고 씌워진 대형 입간판이 방문자들을 맞는다. 재즈의 거장 레이 찰스( Ray Charles) 의 대표곡인‘ 조 지아 온 마이 마인드’ 는 조지아주의 상징 이자 주가( 州歌) 이다. 저음에 탁음, 그리고 흑인 특유의 금속성 음색이 어우러진 영혼 의 울림 같은 노래다.
레이 찰스, 〈바람과 함께 사라지다〉, 그리고‘ 소울( Soul)’ 의 본향 조지아. 미국 남부를 상징하는‘ 딥 사우스’ 의 주 축이기도 한 조지아는 대영 독립전쟁에 참여한 13 개 식민지 중의 하나이다. 면적 153,909 km2로 남한 땅의 1.5 배 가량 크기다. 조지아라는 이름은 1 세기 영국 왕립 식민 지가 되면서 당시 영국 국왕 조지 2 세에서 유래했다. 16 세기 중엽 조지아 지역에 첫 발을 디딘 유럽국은 역시 스페인이었다. 스페인의 탐사대는 먼저 탐험했던 프랑스 와 토착 인디언들을 제압한 뒤 깃발을 꽂 았지만, 18 세기 초반 영국에 굴복해 조지 아는 영국 식민지로 자리매김했다. 조지아는 같은 식민지 가운데서도 버지 니아 등과 함께 영국에 충성하는 왕당파의 입김이 거센 곳이었다. 그러나 1773 년, 보 스턴 차 사건이 발발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독립전쟁 대열에 가세했다. 1775 년 4 월, 매사추세츠에서의 첫 전투 로 독립전쟁이 시작된 것과 함께 조지아 에서도 항쟁의 기운이 고조되기 시작했다. 1776 년 2 월, 식민지인들로부터 압박을 느
낀 영국 왕실 임명의 조지아 총독은 인근 에 정박 중이던 영국 군함으로 달아났다. 조지아의 독립파들은 임시정부를 결성하 고 본격적인 대영 투쟁에 들어갔다. 1776 년 3 월, 영국군이 사바나 항구에서 쌀 을 탈취하려는 과정에서 마침내 충돌이 빚 어졌다. 하지만 전반적인 전황은 조지아가 밀리는 형국이었다. 1778 년 2 월, 사바나를 완전히 장악한 영국은 대륙군과 프랑스 연 합군의 도전을 물리치면서 1782 년 여름까 지 사바나의 지배권을 놓치지 않았다.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잇달았다. 기 본적으로 조지아는 독립전쟁의 주요 전장 은 아니었다. 이 지역을 장악한 영국군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 확보만 하고 있을 뿐, 조지아 내륙에까지 지배권을 행 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. 남북전쟁 발발 직전에 링컨 대통령이 당 선되면서 노예 해방이 현실화하자, 당시 조셉 브라운 조지아 주지사는 미합중국으 로부터 이탈을 도모했다. 마침내 1861 년 1 월, 조지아는 다섯 번째로 연방을 탈퇴하 는 주가 됐다. 일찍부터 대규모 플랜테이 션 농장에서 면화를 재배하면서 노예 노동 력에 기초했던 조지아는 남북전쟁이 발발 하면서 확실하게 반연방의 노선을 택했다. 조지아의 남군은 초기에는 북군과의 전 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으나 이후 윌 리엄 셔먼 장군이 이끄는 북군에 패퇴해 애틀란타를 점령당했다. 셔먼의 북군은 이 후 조지아를 종횡하면서 공공 및 산업시 설, 철도 등을 파괴했고 동시에 노예 해방 을 시행, 수많은 노예가 지주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됐다. 해방된 노예들 가운데 일부는 북군에 입대하기도 했다.
1870 년 다시금 합중국의 일원이 된 조지 아는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다.
주의 간판 농산물이었던 면화 재배는 북 동부 지역에서의 면직 기술 발달로 수요 가 급증해 조지아는 미국 내 최대 원료 공 급처 가운데 하나가 됐다. 조지아는 면화 외에도 담배, 땅콩 등의 생산도 중요한 비 중을 차지했다. 남군의 일원으로서 패퇴하 고 다시금 합중국에 합류했지만, 조지아는 전형적인 노예주로서의 성향을 벗기 어려 웠다.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백 인 지주 중심의 공화당은 흑인 주민들을 정부와 정치에 대한 참여를 배제했다. 당 시 조지아 주민수 가운데 흑인은 30 % 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. 그럼에도 이들은 투표에 있어 제대로 된 유권자 대우를 못 받았다. 백인은 각각 1 표였지만, 흑인은 3 명이 1 표로 간주됐다. 조지아는 제 1, 2 차 대전을 거치면서 국방, 군수 산업의 주요 본거지로 성장했지만, 인종차별에 대한 주민의 인식과 사회적 제 도는 여전했다. 1954 년, 연방대법원이 공 립학교에서 흑백 분리는 비헌법적이라고 판결했지만, 흑인 어린이들이 백인 전용 학교에 입학이 허용된 것은 불과 60 여 년 전인 1961 년부터였다. 조지아는 2003 년에 이르러서야 노예제를 상징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주기( 州旗) 의 디자인을 바꾸는 등 남북전쟁 후 100 년 이상이 지나서야 겨우‘ 남군의 때’ 를 벗었다. 현재의 조지아는 플로리다와 더불어 남 부의 주축으로 평가받고 있다. 2000 년 센 서스 기준으로 818 만 명을 넘어서 인구 기 준으로 미국 내 10 위권이다. 무엇보다 조 지아는 남동부를 아우르는 교통과 물류의 허브로 각광을 받고 있다. 델타항공과 코카콜라, 홈디포, UPS 의 본 사가 주도인 애틀란타에 있다. 또 뉴스전 문네트워크 CNN 이 자리잡은 곳이기도
하다. 이밖에 해군잠수함 기지를 비롯해 많은 군사기지가 조지아에 위치하고 있다. 그러나 근래 들어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 는 것이 기아 자동차를 필두로 한 한국 자 동차 생산공장의 진출이다. 2022 년 기준 연간 34 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기아 조 지아공장은 한국 자동차와 한국의 위상을 한껏 끌어 올렸다. 현지 공장이 들어선 웨 스트포인트의 시장은 기아 자동차공장의 유치가 결정되자 종탑에 달려가 기쁨의 타 종을 했고, 현지 주민 하나는“ 주님, 기아 자동차를 우리 마을에 보내주셔서 감사합 니다” 라는 표지판을 내걸기도 했다는 일화 가 있다. 미국 내 손꼽히는 교통, 물류의 요지답 게 조지아에는 전국 각처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는‘ 부밍 스테이트( Booming State)’ 이기도 하다. 한인들 역시 주택 가 격과 음식값이 싸고, 기후가 온화하며 무 엇보다 유입 인구의 증가로 비즈니스가 활 발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조지아로 이주 가 늘고 있다. 조지아는‘ 딥 다우스’ 특유의 보수 성향이 강한 전형적인‘ 레드 스테이트’ 였다. 1992 년 클린턴이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신승했 던 것을 제외하고 이후에 줄곧 공화당 후 보만을 선택해 왔다. 그러나 2020 년 대선 때 공화당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 어졌다. 바이든이 트럼프를 0.23 % 포인트, 투표수로는 1 만 6,000 여 표 차이로 꺾고 조 지아를 거머쥔 것이다. 텃밭을 놓친 트럼 프는 분노를 못 감췄고, 그 과정에서 주정 부의 선거 주무장관에게“ 1 만 6,000 표를 찾 아내 뒤집으라” 라는 압박을 가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자세를 취했다. 트럼프의 이같은 행태는 조지아 검찰에 의해 선거방해 등 각종 죄목으로 기소돼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 로 형사재판에 서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 다. 조지아 외에도 뉴욕, 연방특검 등으로 부터 모두 4 건에 기소된 트럼프는 재도전 에 나서기는 했지만 결과를 장담키 어려운 사법 리스크에 고삐를 잡힌 형국이다. 이 지역 한인들의 주요 거주이기도 한 애 틀랜타 외곽의 귀넷, 데캅 카운티 등은 전 형적인 여촌야도의 성향을 보이면서 조지 아의 변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. 남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에모리 대학, 그 리고 남부의 명문 공대 조지아텍이 애틀랜 타에 자리잡고 있다. 애틀랜타 시가지는 스트리트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주점과 업소들이 많이 있다. 호텔 등지의 로비에서는 다른 지역과 차이 가 느껴질 만큼, 제대로 차려입고 한껏 멋 을 낸 흑인 멋쟁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. 흑 인 인구 비율은 전체의 30 % 에 달할 정도 다. 어둡고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을 떨쳐 낸, 재즈와 소울의 후예들이 약진하고 있 는 신흥주가 바로 조지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