Oct 16, 26 | Page 8

A-8 2026 년 10 월 16 일- 2026 년 10 월 22 일 미국사회

러시아의 페스트 균 사태가 두려움을 주는 이유

치명적인 병원체 세균 박테리아 실험실 급증

< 김선영 기자 >
갈수록 전 세계 실험실에서 치명적인 바이 러스, 박테리아, 기생충을 연구하며 조작하고 위험천만한 일을 하고 있지만 안전하게 다루 지는 않고 있다. 통제 불능의 AI( 인공지능) 이 나 AI의 도움을 받은 인간이 인류를 절멸시 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물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. 최근의 논란에도 불구하고, 이번 러시아 사건은 단순한 사고, 즉 ' 인적 실수 ' 만으로도 악의적인 의도나 큰 위협이 초래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.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,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작업자는 시험관을 깨뜨린 후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 다. 만약 사실이라면, 이는 물론 고도의 보안 이 유지되는 실험실에서의 실수로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은 첫 번째 사례는 아닐 것이다. 팬데믹 이후,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병원체 를 다루는 시설이 급격히 늘어났다. 하지만 이 런 시설을 감독할 국제적 권한을 가진 기구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. 한때 세계 공중보건 을 선도했던 미국은 전 세계 실험실에 안전 지 침을 제공하고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을 조율 하는 세계보건기구( WHO) 에서 탈퇴했다. 또 한 자국 내 생물안보 시설을 감독하는 연방 기 관의 예산까지 삭감했다.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 사태를 겪고도 세계는 여전히 보건 위기 상황에서 협력하고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. 당장 지금도 시베리아에서 무슨 일이 벌 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.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정보를 은폐하거나 왜곡하기 일쑤인 러시아 정부의 발표나,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지 뉴스 보도가 전 부다. 이번 러시아의 전염병 위협이 예상대로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간다 해도, 언젠가는 운 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.
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국제 생물안보를 연구하며 ' 글로벌 바이오랩스( Global Bio- Labs)' 프로젝트를 공동 설립한 그레고리 코 블렌츠는 코로나19 이후 이룩한 성과들을 스 스로 허물고 있다고 우려했다. 이는 자연 발 생이든, 의도적인 공격이든, 혹은 사고로 인 한 것이든 간에 향후 발생할 모든 종류의 질 병 확산 사태에 대응하는 능력에 장기적인 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다. 하지만 운이 다 하기 전에 취할 수 있는 예방 조치들이 분명 히 있다.
폐페스트란 무엇인가?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탈퇴한 세계보건기 구( WHO) 에 따르면, 페스트는 주로 설치류 와 같은 소형 포유류 및 그 몸에 기생하는 벼 룩에서 발견되는 인수공통감염병 유발 세균 인 ' 예르시니아 페스티스( Yersinia pestis)' 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. 가장 흔한 형태 인 선페스트( bubonic plague) 는 감염된 벼룩 에 물려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며, ' 가래
톳( buboes)' 이라 불리는 고통스러운 림프절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. 반면 발생 빈도는 낮 지만 훨씬 더 치명적인 폐페스트( pneumonic plague) 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 간 전파 가 가능하며,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을 경 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매우 높다. 폐페스트 는 2020 년 팬데믹을 촉발한 전염성이 매우 강 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와는 달리 박테리아 에 의한 감염병이다.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 일 수 있지만, 현재는 이를 치료할 수 있는 효 과적인 항생제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. 이번 사건이 또 다른 전 세계적 보건 위기를 초래할 징후는 현재로서는 적지만, 관계자들 과 외부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생물학적 위협 을 감시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 운 일인지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. 전 세계가 하루만에 이동할 수 있는 개방 사회 가 되었고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호흡기 전염 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.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가 일반 적인 폐페스트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의료 물 자를 비축하고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. 하지 만 변형된 형태의 페스트에 대해서도 동일하 게 대응할 수 있을지, 혹은 필요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는 불확 실성이 크다.
늘어나는 고위험 생물학 실험실, 감독 체계 는 허술 팬데믹의 부수적인 결과 중 하나는 그 여파 로 이어진 생물학 실험실 건설 붐이었다. 조지
메이슨 대학의 연구 이니셔티브인 ' 글로벌 바 이오랩스( Global BioLabs)' 는 전 세계의 고 위험 연구소에 대한 포괄적인 실태 조사를 수 행해 왔다. 예를 들어, 에볼라나 천연두와 같 이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기 위 해 설계된 ' 생물안전 4 등급( BSL-4)' 시설을 들 수 있다. 글로벌 바이오랩스는 2023 년 보고 서에서 BSL-4 연구소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 고 있다고 지적했다.
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인해 생물학 연구소 확충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. 9 / 11 테러 이후 발생한 탄저균 공포와 2000 년 대 초반의 첫 사스( SARS) 유행 당시에도 각 국은 새로운 시설을 건설했다. 1990 년대 후반 전 세계 BSL-4 연구소는 10 곳 미만이었으나, 2010 년대 후반에는 그 수가 40 곳 가까이로 늘 어났다. 그러나 팬데믹은 이런 건설 움직임을 다시 한번 가속화했다. 글로벌 바이오랩스에 따르 면, 2021 년 기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및 계획 단계에 있던 BSL-4 연구소는 59 곳이었으나, 2023 년에는 10 곳이 추가로 완 공되었거나 건설이 진행 중이었다.
이런 시설 확충의 배경에는 팬데믹이 남긴 뼈아픈 교훈이 있다. 개발도상국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부유한 국가들이 자국의 필요 를 우선시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따라서 이들은 자국 내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안전하게 규명 하는 등 치명적인 생물학적 물질을 스스로 다 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했다. 인도에서
만 4 개의 신규 BSL-4 시설을 계획하고 있고, 브라질, 카자흐스탄, 사우디아라비아, 싱가포 르, 스페인 등 최소 5 개국이 첫 BSL-4 연구 소 건설을 시작했거나 최근 문을 열었다. 그 결과, 이런 시설 건설은 관련 분야의 제도적 경험이 부족하고 정부의 감독 및 안정성이 상 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. 관련 시설이 늘어날수록 과연 이 모든 작업 이 필요한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. 또한 해 당 시설들이 적절한 생물안전 및 생물보안 관 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. 이는 부 실한 안전 수칙으로 인한 위험을 높이고, 궁극 적으로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키 울 수 있다. 게다가 ' 2023 글로벌 바이오랩 ' 보고서에 따 르면, 전 세계에서 현재 가동 중인 BSL-4( 생 물안전 4 등급) 실험실의 약 75 % 가 도심에 위 치해 있다. 이들 실험실 반경 2.5 마일 이내에 는 최소 5 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, 인 구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상 우발적인 병원체 유출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실 건설이 급증하는 추세와 달리, 이런 시설과 그곳에서 수행되는 연구를 관리 · 감독하는 국내외 기준은 여전 히 미흡한 실정이다. 현재 해당 시설들을 점검하거나 규제하는 국 제 기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. 주요 자발적 협 의체 중 하나였던 ' 생물안전 및 생물보안 규제 당국자 국제 전문가 그룹 ' 이 최근 몇 년 사이 사실상 해체되었다.
▶11 면에 계속