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 17 > 켄터키
< 김용일 기자 > 켄터키 하면 떠 오르는 말은 아마도 KFC, 즉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일 것임을 부인키 어렵다. 실제로 켄터키주는 KFC 의 발원지로 본 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. 그러나 켄터키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 는 링컨 대통령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다. 그가 변호사, 정치인으로서 활동한 일리 노이가 링컨의 고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오두막집 생가, 그리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지금도 여전히 한적하기 짝이 없는 켄터키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. 켄터키는 1783 년 파리조약으로 미국 영토 가 된 미시시피강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 며, 이후 주 승격 이전에 버지니아의 일부 로 편제돼 있다가 1792 년 6 월 15 번째 주로 합중국의 일원이 됐다. 켄터키는 전형적인 남부 주다. 하지만 남 북전쟁 초기에는 남도 ㅓㅇㅂㄱ북도 아닌 중립을 희망했다. 정치와 경제, 사회적으로 남부, 북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 었기 때문이다. 그러나 그해 여름, 남군이 켄터키 서부로 침입해 오면서 분위기가 일 별했다. 방어를 위해 주 자체 군대도 편성 해가며 휩쓸리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북군 에 가담했다. 이런 어정쩡한 스탠스 때문에 켄터키에 서는 형과 아우가 서로 총을 겨누는,‘ 가족 상잔( 相殘)’ 의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. 남 북전쟁에 참전한 켄터키 출신이 11 만명 가 량인데 대략 3 분의 2 가 북군, 나머지는 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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군에 복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. 켄터키는 이렇듯 북부의 일원이었지만 정작 전쟁이 끝난 후에는 남부 쪽으로 기울어졌다. 켄터키 역시 미국 최대 담배 산지중의 하 나로, 대규모 플랜테이션 운영을 위해 긴 요한 노예들이 해방되자 경제에 적지 않 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. 또 북군이 점 령군처럼 남부지역에 장기 주둔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이는 등 전쟁의 승자 라기 보다는 패자 같은 피해의식을 갖게 된 탓이었다. 켄터키의 이같은 성향은 지금까지도 이 어지고 있다. 켄터키의 백인 비율은 거의 90 % 에 육박하는 수준이다. 여느 남부 지역 들 마다 노예 후손들로 인해 흑인 인구 비 율이 꽤 높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. 켄터키는 백인 주민이 압도적이라는 점 등을 포함해 스스로를‘ 원조 남부’ 로 여기 는 경향이 있다. 남부라 하지만 다 같은 남 부는 아니라는, 일종의‘ 선민의식’ 이다. 이 들은 조지아, 노스캐롤라이나 등과 같이 일 찍이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미국 정착민 들이 자리를 잡았던 곳이‘ 정통파’ 남부이 며, 미시시피나 플로리다, 오클라호마, 뉴 멕시코 처럼 지리적으로는 남부라 하더라 도 프랑스나 스페인, 멕시코 땅이었던 곳 들과는‘ 근본’ 이 다르다는 속내를 갖고 있 는 것이다. 이런 인식을 지니고 있기에 켄터키의 정 치적으로 색깔은 확실한’ 레드’ 다. 대부분 의 남부가 그러하듯이 보수적인 공화당세 가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. 카터와 클린 턴 때를 제외하고 압도적으로 공화당 후보 를 당선시켜왔다. 다만 주지사 만큼은 정 |
반대로, 1991 년 이래 아홉 번의 주지사 선 거에서 민주당이 일곱번이 승리하는 등 나 름대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. 켄터키 역시 석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이지만 남부 답게 농업이 주류를 이루 고 있다. 일리노이 부터 이어지는 넓고 비 옥한 평원 지대에서 밀, 옥수수, 담배 등이 대량 생산된다. 켄터키를 대표하는 특산물 은 위스키와 말( 馬) 이다. 옥수수로 빚어지 는 미국산 버번 위스키의 태반이 켄터키 에서 만들어진 것이다. 특히 전세계로 수 출되는 버번 위스키 역시 켄터키산이 90 %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. 버번 위스키를 숙 성하는 데 사용되는 나무통 배럴의 숫자가 주의 인구 보다 많다는 얘기도 있다. 또 말을 사육하는 곳이 많고 특히 경주마 로 이름이 높은 데, 영국의 경마 레이스를 본 딴‘ 켄터키 더비’ 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 한 경마의 본산이기도 하다. 켄터키에서 가장 큰 도시는 루이빌이다. 루이빌은 경제, 금융, 유통의 중심지로 주 요 대기업들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 다. 주정부가 자리잡고 있는 주도( 州都) 는 프랭크포트( Frankfort) 로 켄터기 주립대 역시 이곳에 있다. 켄터키는 북위 38 도 지역에 있다. 위도상 으로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해 있는 데 기 후는 한국 보다는 훨씬 더 온화한 편이다. 그러나 중부 대평원의 일부로서 매년 찾아 드는 불청객 허리케인의 단골 피해지역이 며, 특히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 토네이도 가 잦은 곳이다. 2021 년 12 월에는 이 일대 6 개주를 강타한 수십개의 토네이도로 인해 켄터키에서만 70 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 |
어나기도 했다. 켄터키는 그 규모나 정치, 경제 파워 등에 서 사실 크게 주목 받을 게 없는, 다소‘ 심 심한’ 주라고 할 수 있다. 가장 자랑으로 내세우는 역사 유적지라고 할 수 있는 것 이 링컨의 생가 정도였다. 그러나 미국에 서 유명 유적지를 찾다 보면 실망할 때가 적지 않다.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‘ 현장’ 은 밋밋하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 는 경우가 많다.‘ 메인( Main)’ 이 시원 찮 으면 주변에 부대 시설, 즉 먹거리나 볼 거리라도 그럴 듯 해야 할 텐데 이 역시 썰 렁하기 짝이 없는 편이다. 하지만 근래 들 어 켄터키에 등장한 아크 엔카운터( Ark Encounter) 는 이러한 선입견을 단번에 씻 어 버리게 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.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‘ 바이블 벨 트’ 의 하나인 켄터키에, 구약 성경 속에 나 오는‘ 노아의 방주( Noah’ s Ark)’ 를 실제 크기로 재현한 테마 파크가 등장한 것이 다. 2016년에 개장한 이 파크에는 성경 기 록을 토대로 거대한 규모의 방주가 건립돼 있다. 이 방주의 길이는 155m, 높이 15.5 m, 폭 26m로 7층 정식 규격 축구장 면적의 1.5배 정도 되는 엄청난 규모다. 방주 내에는 노아 가족들의 숙소, 작업장, 그리고 암수 한쌍 씩 실은 짐승들의 우리, 비치된 식량과 모이 등에다 퍼붓는 빗소 리, 파도소리, 실제 동물들의 울음소리 등 까지 재현시켜 관람자들로 하여금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. 노아의 방주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텐터 키 제1의 관광 명소이자 미국 최고의 종교 박물관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.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