건강
2025 년 11 월 21 일- 2025 년 11 월 27 일 D-5
진짜‘ 냉혈한’ 많다?... 피가 얼어붙는 병,‘ 한랭글로불린혈증’
추운 날씨에 손끝이 저리거나 피부가 창백해지는 경험 은 흔하다.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단순한 추위에 목숨 을 잃을 수도 있다. 일부 사람의 혈액 속 단백질은 낮은 기 온에서 굳는다. 이런 응고 현상 때문에 피부가 괴사하고, 콩팥( 신장) 이 손상되고 신경통 등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 받는다. 이런 독특한 희귀병을‘ 한랭글로불린혈증( Cryoglobulinemia)’ 이라고 한다.
최근 몇 년 동안 한랭글로불린혈증의 유전적 연관성과 임상적 다양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사례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. 이에 따라 이 병은 단순한 혈액병이 아니라 복합적 인 면역병이라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.
그리스 아테네국립대와 미국 예일대. 매릴랜드대 등 연구 팀은 자가면역병( 자가면역성 혈관염) 을 앓은 적이 있는 그리스 여성( 82) 이 한랭글로불린혈증과 특수 혈액병인‘ 단클론성 감마병증’ 으로 고통받는 사례를 올해 10 월 학계 에 보고했다. 연구팀은 《미국 사례연구 저널( 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) 》에서“ 피가 싸늘하게 식어 굳 는 한랭글로불린혈증은 자가면역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 으며, 진단이 쉽지 않다” 고 밝혔다.
국제학술지 《혈액학 및 종양학 저널( Journal of Hematology & Oncology) 》에는 인도의 한랭글로불린혈 증 환자 3 명에 대한 사례가 몇 달 전 보고됐다. 이들 환자 중 1 명은 자가면역병, 1 명은 혈액병, 1 명은 감염병인 C 형 간염이 주된 발병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. 폴란드 바르샤바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11 월 두 자매가 한랭글로불린혈증에 걸린 사례를 《프런티어스 인 이뮤놀로 지( Frontiers in Immunology) 》에 발표했다. 이들은 비감 염성 · 혼합형 한랭글로불린혈증 환자이고 모두‘ COPA 유전 자’( 소포체- 골지체 단백질 수송 유전자) 의 희귀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. 이 때문에 폐 · 관절 · 콩팥에 나쁜 영향을 받았 다고 연구팀은 밝혔다.
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한랭글로불린혈증은 핏속 단백질의 일종인 면역글로불린이 저온에서 응고되는 현상이다. 굳은 면역글로불린은 혈관을 막아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염증 을 유발한다. 한랭글로불린혈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 뉜다. 제 1 형은 단클론성 면역글로불린이 원인이며 주로 혈액 암과 관련된다. 제 2 형과 제 3 형은 혼합형으로, 만성 C 형 간염 이나 자가면역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. 제 1 형은 예후가 나 쁜 편으로, 10 년 생존율이 약 20 % 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
다. 혈액암 치료와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. 이에 비해 제2형 과 제3형은 리툭시맙( Rituximab) 을 바탕으로 제1형에 비해 서는 더 쉽게 치료할 수 있다. 5년 내 재발률은 약 71 % 로 알 려져 있다. 한랭글로불린혈증의 진단에는 혈청학적 검사와 조직학적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.
한랭글로불린혈증은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당 1명꼴로 발 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.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더 많이 걸리 며, 평균 발병 연령은 40 ~ 50대다. 지중해 연안 국가, 특히 이 탈리아 · 스페인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가 보고된다. 이는 C형간염바이러스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. 한랭글 로불린혈증은 과소 보고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.
한랭글로불린혈증은 희귀성과 복잡성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. 하지만 국내에도 C형간염 환자와 류마티스관절 염 · 크론병 · 전신홍반루푸스 · 건선 · 제1형당뇨병 등 자가 면역병 환자, 혈액병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, 관심을 가져야 한다. 피가 얼어붙는 병, 한랭글로불린혈증 환자는 추운 날 씨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혈관이 막히고, 피부가 죽고, 장 기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.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