A-4 2026 년 10 월 30 일- 2026 년 11 월 5 일 미국 사회
' 매표 행위 ' 가 효과가 없는 이유
선거 결과에 따른 현금 제공 약속 현실화 어려워
< 김선영 기자 > 선거에서 표를 대가로 현금을 제공하는 행 위는 흔히 볼 수 있지만, 이런 방식은 민주주 의 국가에서는 대부분 효과가 없다. 정치는 권력과 자금의 배분에 관한 것이다. 따라서 많은 정치인이 자신이 당선될 경우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혜택을 내세워 선거 운 동을 펼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.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점에서 예외 는 아니었다. 그는 유권자들에게 연방 공무원 감축으로 절감된 예산, 관세 수입을 통한 환 급금, 그리고 현재 건강보험 회사 보조금으로 사용되는 자금을 시민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‘ 정부효율부 배당금( DOGE dividend)’ 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. 하지만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 • 하원 모두 다수당을 유지할 경우 모든 미 국 시민에게 5,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성격이 다르다. 이는 납세에 대한 환 급이나 특정 피해 계층을 위한 보조금이 아니 라, 선거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제안이었 기 때문이다. 이는 사실상‘ 매표 행위( 표를 돈 으로 사는 것)’ 에 가까우며, 법적인 관점에서 도 우려를 낳고 있다. 이 공약이 실제로 실행되려면 의회의 승인 이 필요한데, 공화당 의원들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. 그럼에도 트럼프 는 1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이 구상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. 따라서 핵심 선 거구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이번 중간선거에 서 이 공약이 실제로 변수가 될 수 있을지 따 져볼 필요가 있다.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매표 행위를 연구해 온 정치학자에 따르면 금전을 대가로 표를 얻는 방식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처 럼 보일 수 있다. 하지만, 사람들에게 돈을 제 공한다고 해서 그들의 투표 의향이 바뀌는 경 우는 거의 없다.
매표 행위는 효과가 없어 이런 관행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 라간다. 미국에서는 19 세기부터 20 세기 중반 까지 뉴욕, 시카고를 비롯해 조지아, 미주리, 뉴저지, 오하이오, 버지니아주 등지에서‘ 정 치 머신( political machine, 특정 정당이 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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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 사회를 장악하고 운영하던 조직)’ 의 핵심 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. 당시 지역의 유력 인사들은 공적 자금을 당 파적 목적을 위해 유용함으로써, 새로 유입된 이민자 집단과 같은 특정 유권자층과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했다. 이후 연방 및 지방 정부 관료 조직의 전문화와 같은 제도적 개 혁이 이뤄지면서 이런 정치 머신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고,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시카 고의 조직마저 1970 년대 후반에 결국 사라지 게 되었다.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신생 민주주의 국가 에서는 표 매수( 금품 등을 제공하고 투표를 유도하는 행위) 가 급증했다. 최소 73 개국에 서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현금, 식량, 의 류, 건축 자재, 의료 서비스, 혹은 법률 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.
표 매수가 이토록 흔하다면, 분명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 각하기 쉽다. 하지만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면 결과 는 그렇지 않다. 전 세계 10 개국, 57 번의 선거를 대 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 르면, 표 매수 시도는 투 표 결과에 어떠한 유의미 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 으로 나타났다. 왜 이런 시도들은 선거에서 별다
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? 표 매수가 효과를 거두려면, 유권자가 받는 혜택의 가치 가 그들을 상대 정당으로 이끄는 요인들보다 더 커야 한다. 미국과 마찬가지로, 전 세계 유 권자들은 자신의 정당 성향, 주요 정책에 대 한 선호도, 현 집권당의 성과, 후보자의 역량 등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투표한다. 유권자 중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. 이런 요인들이 유권자가 지지 정 당을 바꾸는 대가로 받는 혜택의 가치보다 크 다면, 표 매수는 실패로 돌아간다. 실제로 대 부분의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진다.
경쟁의 중요성 표 매수가 대개 실패로 끝나는 데에는 세 가 지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. 첫째, 지역 차원의 경쟁은 치열한 선거 운 동을 유발하며, 이는 유권자들의 정당에 대 한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. 이런 감정은 유 권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제공되는 금품이나 혜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영향을 미친다. 만약 어떤 유권자가 이미 특정 정당( 정치 조 직) 을 지지하고 있다면, 그 정당이 제공하는 혜택을 자신들의 복지를 챙겨주려는 배려로 해석할 것이다. 반면, 상대 정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유권 자라면- 즉, 표 매수 세력의 주요 표적이 되 는 사람이라면- 그런 혜택을 자신의 투표를 조종하려는 시도이자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
를 박탈하려는 행위로 받아들이게 된다. 이런 판단 과정은 표 매수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. 멕시코에서 있었던 생생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. 2018년, 멕시코의 보수 정당인 국 민행동당( PAN) 을 위해 표를 매수하던 중개 인 두 명이 누에보 라레도( Nuevo Laredo) 지역 유권자들에게 붙잡혔다. 분노한 주민들 은 이 중개인들의 옷을 모두 벗겨 속옷 차림 으로 만든 뒤, 온몸을 해당 정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페인트로 칠하고 그 위에“ 500페소 받 고 국민행동당에 투표하라” 는 문구까지 적어 놓았다. 표 매수가 실패하는 두 번째 이유는 경쟁이 치열한 선거에서 정당 조직이 공략하기 가장 적합한 유권자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. 강한 반대 성향을 가진 유권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지만, 약한 반대 성향을 가진 유권자는 금전적 대가를 받고 표를 줄 수도 있다. 문제 는 지역 표 브로커들이 선거 전에 이런 유권 자들을 정확히 파악한다 하더라도, 이들은 일 반적인 선거 운동의 영향에 가장 쉽게 넘어가 는 집단이라는 점이다. 즉, 이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표적이 된다. 유 권자들의 선호도가 바뀌면서 정당 조직은 의 도치 않게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유권자가 되는데, 이들은 이미 충분한 지지를 갖고 있 거나, 반대로 더 많은 돈을 줘야만 마음을 바 꿀 유권자들이다.
▶11면에 계속