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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강
2025 년 12 월 26 일- 2026 년 1 월 1 일 D-9

“ 주 2 회 이상, 배꼽 빠지게 웃어라”… 억지웃음도, 약보다 낫다?

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,” 미국 철학자 ·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명언이다. 억지 웃음이라도 짓게 만들어 건강을 증진하는 이른바‘ 웃음 처 방전’ 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.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심 장 전문의인 마이클 밀러 교수는 환자들에게“ 일주일에 최소 3 ~ 5 일간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, 최소 2 ~ 5 일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마음껏 웃으라” 고 파격적인 제안을 건넨다고 미국 건 강의학매체‘ 메디컬 익스프레스’ 가 최근 보도했다.
여기서 핵심은 반드시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만 웃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. 의도적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행위는 단순 히 기분을 환기하는 수준을 넘어, 신체 시스템 전반에 강력 한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.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강연자 멜라닌 비가 개발한‘ 웃음 요가’ 나 1990 년대 인도에 서 마단 카타리아 박사가 고안한‘ 웃음 클럽’ 의 원리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.
횡격막을 자극하는 인위적인 웃음 소리와 호흡은 뇌의 보 상체계를 자극한다. 어색함을 무릅쓰고 웃음 근육을 움직이 는 과정, 그 자체가 스트레스의 독성을 중화하는 치료 과정 이다. 웃음은 인간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 고 강력한 건강 관리 도구다. 웃음이 생리 반응을 바꾸는‘ 바 이오 해킹’ 수단으로 재평가받고 있다.
현대 의학이 입증한 웃음의‘ 바이오 해킹’ 효과 최근 2 ~ 3 년 사이 발표된 국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웃음 처방 이 단순한 위안이 아니라 정교한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. 심혈관 건강에 대한 웃음의 효능은 2023 년 8 월 암스테르 담에서 열린 《유럽심장학회( ESC) 》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연
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.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병원 연구팀은 관상동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12 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. 연구 결과, 주 2 회 코미 디 영상을 시청하며 크게 웃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
심장의 산소 펌프 능력이 10 %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. 또한 혈 관의 확장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. 연구팀은 웃음이 혈관 내 피세포를 자극해 산화질소를 방출하게 함으로써 염증 수치를 낮 추고 심장마비 위험을 줄인다고 분석했다.
정신 건강 분야에서도 웃음의 유효성이 입증됐다. 독일 예나대 연구팀은 2023 년 5 월 국제 학술지 《정신의학 연구( Psychiatry Research) 》에 연구 논문 45 건을 메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. 총 2500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웃음 유 도 요법은 우울증을 누그러뜨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신속히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. 특히 전문가가 주도 하는 인공적인 웃음 프로그램이 자연적인 웃음에 못지 않게 뛰어 난 심리적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.
웃음은‘ 만병통치약’?... 우울증 완화, 치매 예방, 통증 완화, 혈 당 저하, 체중 감량 효과 웃음은 치매 예방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. 일본 오사카대 연 구팀은 65 세 이상 노인 약 1 만 2000 명을 6 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를 2023 년 3 월 국제 학술지 《예방의학( Preventive Medicine) 》에 발표했다.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의 웃지 않는 노인은 거 의 매일 웃는 노인에 비해 인지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1.4 배나 높았다. 웃음이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 성장 인자를 자극 해 뇌의 예비 능력을 키운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통계로 증 명된 셈이다. 웃음은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좋은 천연 약물이 될 수 있다. 인
도와 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2024년 1월 《보완의학 저널( Journal of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)》에 웃음 요가가 제2형당뇨병 환자의 생화학적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발 표했다. 8주간 웃음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은 대조군 에 비해 당화혈색소( HbA1c)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 으로 조사됐다. 웃음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식 호흡과 근육 수축 이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포도당 대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분 석됐다. 웃음은 신체적 통증을 완화하는 천연 진통제로서의 기능도 탁월 하다.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《왕립학회보 B(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)》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함께 크 게 웃은 그룹은 통증 역치가 10 % 이상 높아졌다. 통증 역치는 통 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최소한의 자극 강도이며, 높아진 만큼 통 증을 덜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. 배가 들썩일 정도의 호탕한 웃음 은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유도해 천연 마약성 수용체와 결합 함으로써 물리적 고통을 줄여준다.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 센터의 연구 결과( 2007년) 에 따르 면 하루 10 ~ 15분 동안 크게 웃는 행위는 열량( 에너지) 을 최대 40kcal를 소비하며, 이는 연간 2kg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로 이 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. 웃음은 안면 근육부터 복근까지 전신을 사용하는 일종의 내장 운동 역할을 한다.
현대 의학은 웃음을 더 이상 감정의 산물로만 보지 않는다. 뇌 는 진짜 웃음와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다. 우리가 입꼬리를 올리고 횡격막을 흔드는 순간, 질병 치유의 스위치가 켜진다. 매 일 일정 시간에‘ 웃음 처방전’ 을 스스로에게 발행하는 습관을 들 여보자. 이는 심장과 혈관, 그리고 뇌를 지키는 가장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건강법이 될 수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