B-4 2026 년 11 월 6 일- 2026 년 11 월 12 일 재정 / 교육
자유로운 인터넷 세상 막는 디지털 주권
각국마다 독자적 규제 시행으로 장벽
< 최민기 기자 > 이제 모든 나라가 저마다의 인터넷을 갖고 있다. 개인정보 보호법, 청소년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, ' 디지털 주권 ' 강화 움직임 등이 뒤 섞이면서, 사람들이 접하는 인터넷의 모습은 전적으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 었다. 이제 전 세계 모든 공동체를 하나로 연 결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와 경제적 수단을 갖게 되었다. 미국 정치 지도자의 행보를 보면 이런 희망 적인 메시지를 보인 적이 있다. 1994년 3월, 엘 고어 당시 부통령은 워싱턴에서 라파스까 지 7시간을 날아가 볼리비아 지도자들과 마 약 밀매 척결을 위한 양국 협력 강화 협정에 서명했다. 그 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해 전 세계 통신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연설 하며, 사람들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대등한 조건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적 인 메시지를 전했다.
인터넷에 드리워진 장벽 인터넷은 가족과 친구들이 시간과 거리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. 한 세대가 지난 지금, 기대되었던 지구촌은 내부의 장벽들로 인해 분열되어 있 다. 미국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접속하던 인 터넷과는 판이하게 다른, 서로 구분되는 여 러 인터넷 환경을 보이고 있다. 국경을 넘 을 때마다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. 예 를 들어, 메타( Meta) 가 각 주 검찰총장들과 법적 합의에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스크롤 이용 시간에 제한을 두고 ' 야간 차단( nighttime blocks)' 기능을 도입하기로 한 조치는 오직 13 세에서 17 세 사이의 미국 사용 자에게만 적용된다. 한편, 멕시코의 일부 주에서는 16 세 미만 사 용자를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소셜 미디어 연 령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. 브라질에서는 연방 선거 법원이 정치 선거 운동에서의 AI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, 아르헨티나에서는 강 력한 국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이 소비자 를 보호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같은 특정 온라 인 산업이나 메타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 기업 들의 운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. 인권 감시 단체들은 권위주의 정부가 자국 민의 인터넷 접속을 어떻게 제한하는지에 주 목해 왔다. 하지만, ' 글로벌 인터넷 ' 이라는 개 념이 실패한 데에는 중국이나 쿠바의 방화벽( 인터넷 검열 시스템)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. 오히려 오늘날의 인 터넷 분절화는 주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개인 정보 보호와 아동 안전을 우선시하고, 공공 질서를 수호하며,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 해 독자적인 규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롯 되고 있다. 민주주의 국가 내에서 기술 기업에 대한 불
국경을 넘으면 작동하지 않는 사이트 디지털 주권이 오히려 인터넷 세상 좁혀
신이 커지면서,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자 국민의 인터넷 일부 구간에 대한 접근을 제 한하는 새로운 법안을 추진하는 시대가 되었 다. 그 결과, 온라인 규제는 지역마다 제각각 형태가 되었고, 갈수록 복잡하고 엄격해지는 데다 관할권 간의 규정을 조율하기도 어려워 지고 있다. 공통된 기술적 틀이 부재한 상황 에서 각 지역의 차이가 지속됨에 따라, 국경 을 넘나드는 온라인 환경의 격차는 더욱 극 명해질 것이다.
인터넷이 모두에게 항상 평등한 공간이었 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하다. 민주주 의 사회에 살던 우리도 이제야 비로소 전 세 계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미 겪어온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. 고립주의적 인터넷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며 사이버 세상은 오히려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.
인터넷의 예상 밖 불신
1993 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정부 간 연구 기관인 CERN( 유럽입자물리연구소) 은 인터 넷을 전 세계 공용 영역으로 개방했다. 이는 핵심 기술을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했다. 이는 ' 아메리카 온라 인( America Online)' 같은 다이얼- 업 접속 플랫폼이나 프랑스의 ' 미니텔( Minitel)' 같
은 전용 하드웨어가 구축했던 ' 폐쇄적 생태 계( walled gardens)' 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 이었다. 하지만 사용자들은 개방형 인터넷을 원했고, 머지않아 전 세계 사람들은 새로운 웹 브라우징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확장되는 네트워크를 탐색하기 시작했다.
웹사이트를 구축하거나 접속하는 주체를 통제할 수 있는 단일 기업이나 기관은 존재 하지 않았는데, 이는 유토피아적 비전을 낳 았다. 즉,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동일한 도구 를 사용해 공유된 정보의 바다에 접속하게 된 것이었다. 전기 콘센트부터 의료 시스템에 이 르기까지 모든 것이 제각각이던 세상에서, 인 터넷과 그 관련 도구들은 놀라울 정도로 동일 했다. 전 세계가 웹 브라우저, 소셜 네트워크, 앱, URL 구조, 심지어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공유했기 때문이다. 인터넷을 통로 삼아 상품 과 서비스는 물론 아이디어까지 전 세계를 자 유롭게 넘나들기를 바랐던 서구 정치 지도자 들의 낙관론을 잘 보여주었다. 이상주의에 가장 큰 걸림돌은 권위주의 정 부인 듯했다. 많은 정부가 유입되거나 오가 는 웹 트래픽을 통제하고 시민들의 정보 접 근을 제한하기 위해 복잡한 디지털 ' 문지기 ' 시스템을 구축했는데, 더 광범위한 정치적 통 제 수단의 일환으로 신기술을 도입했다. 이미
1997 년부터 디지털 분야 관찰자들은 ' 만리방 화벽( Great Firewall of China)' 을 언급하고 있었지만, 미국 지도자들은 그것이 결국 무너 질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.
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단지 전체 주의 정권만이 아니었다. 다른 정부들도 웹 사이트를 차단하고 트래픽을 제한하기 시작 했고, 기존 미디어에서는 이미 금기시되거나 금지된 콘텐츠에 접근하거나 이를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처벌했다. 1996 년 싱가포르는 기존의 방송 규제 범위를 온라인 콘텐츠로 확대해 ' 공익이나 질서, 국 가적 화합에 반하거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' 내 용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. 같은 해 독일은 ' 인종적 증오를 부추기는 데 일조한다 ' 는 검찰 의 판단에 따라 해외 네오나치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. 이런 사이트 차단이나 국가 간의 차이는 서 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. 세계화된 세 상이 번영하고 민주적인 세상으로 이어지고, 그 속에서는 디지털 문지기들이 존속할 수 없 을 것이라고 믿었다.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 상에서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시민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미미할 것이고, 이는 결국 그 들의 통치 체제 전체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 것이라는 판단이었다.
국가마다 상이한 규제 그러나 인터넷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오 히려 많은 사람들을 인터넷에 등을 돌리게 만 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. ▶5면에 계속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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